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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의 플랫한 생활](2)주거정책 바깥의 비혼 ‘같이 살진 않아도 연대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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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5,829회 작성일 20-03-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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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의 플랫한 생활](2)주거정책 바깥의 비혼 ‘같이 살진 않아도 연대하고 싶어’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입력 : 2020.03.12 21:45 수정 : 2020.03.13 09:55


느슨한 연대, 약한 유대의 거리감을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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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사는 다섯 명의 여성, 닐라와 새말, 나옹, 꾸베, 오로시(왼쪽부터)가 함께 서 있다. ‘비혼’과 ‘여성’,

        ‘주거’, ‘공동체’ 4가지 키워드로 석 달간 공부 모임을 했다. 처음 만났지만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여성들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반가웠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꾸베·나옹·닐라·오로시·새말 
‘비혼 지향 여성 공동체 주거’ 모임
3개월간 만나 책 읽으며 공부 
안정적 주거 목표 공동체 고민
현실은 부닥칠수록 변수 많아
  

국가 주거 지원은 청년·신혼 위주 
비혼 여성은 대출조차 ‘제한적’
‘비혼은 임시적’ 시선 전환 필요 
주거 안전망, 모두에게 제공돼야


 

비혼 여성 주거 공동체. 꾸베와 나옹, 닐라, 오로시, 새말. 서울에 사는 다섯 명의 여성이 3개월간 만나 책을 읽으며 생각을 나누던 주제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 도시 공동체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주식회사 녹색친구들’의 나옹이 기획한 ‘비혼 지향 여성 공동체 주거’ 공부 모임에는 이들을 포함해 열다섯 정도가 모였다.

  

“청소기가 고장 났어요. 걸어서 10분 거리에 사는 친구가 쓰지 않는 것이 한 대 집에 있다며 가져가라고 했죠. 헌 청소기를 낑낑거리며 받아들고 가는 퇴근길이 피곤하지만 발걸음이 따뜻했어요. 필요할 때 손 벌리고, 나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거리. 물질적으로 계산하지 않고 주고받을 수 있는 이 정도 거리감의 누군가가 항상 곁에 있다면 행복할 거 같아요.” 


꾸베는 집과 직장은 가까울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1순위 조건이 충족된다고 삶의 질까지 담보되는 건 아니다. 주택이 아주 많이 낡은 것을 감내하거나 동네에 친구나 가족, 일가친척, 아는 사람 한 명 없이 생활하기도 한다. 도시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대부분이 현실과 타협하며 집을 구한다. 그럼에도 꾸베는 이 정도의 행복감은 찾고 싶다. 

 

20대 새말은 공부 모임에 참가 신청을 할 때 ‘비혼’과 ‘여성’이라는 단어만 보였다고 한다. “근데 (실제 공부는) 주거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어요(웃음). 저는 아직 와닿는 키워드는 아니에요. 월세를 살고 있고, 모은 돈이 없어서 집을 살 계획을 아직 세우기는 힘들죠.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집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게 됐어요.” 

 

닐라는 새말이 먼 미래라고 생각하는 지점에 서 있다. “혼자 살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비슷한 급여를 받던 동료들이 결혼하면서 집을 사더라고요(웃음). 결혼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혼자는 (주택을 보유하기 위한) 레버리지가 생기지 않죠. 비슷한 생각의 사람들과 살면 될 거 같다고 생각했을 때, 우연히 이 모임을 알게 됐어요.” 대부분의 주거 시스템과 사회관계망이 혼인과 혈연가족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비혼을 지향하는 여성으로서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고민이 있었어요.” 30대 직장인 오로시 역시 그 답으로 공동체 주거를 생각했다. 

 

처음 만난 여성들이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서로 신기하고 반가웠다. 총 13번의 모임을 가졌고, 6권의 책을 읽었다.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비혼> <혼자 살아가기> <마흔 이후 누구와 살 것인가> <코하우징 공동체>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커뮤니티, 함께 사는 길>. ‘여성’과 ‘공동체’. 책들이 공통으로 관통하는 주제다. 서로 처음 만났지만 모두 ‘집’을 고민하는 20대에서 50대까지의 여성들은 만날 때마다 비슷한 각자의 일상을 쏟아냈다. 직장이 있는 서울에서 공동체 주거도 실현하고 싶은 것이 꿈이지만,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서울 인근으로 나가야 원하는 방식으로 집을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서울에서 공동체 주거를 시도해볼 수 있는 땅은 은평구나 도봉구 끝자락 정도에 제한적으로 남아 있어요. 평당 2000만원 초반대의 땅이 남아 있는 지역이죠. 거기서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는 있을 거 같더라고요. SH(서울주택도시공사)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업과 연결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제안할 수도 있고요.”(꾸베)  

안정적인 주거를 목표로 공동체를 생각했지만, 현실을 계산할수록 변수는 많아졌다. 모두가 내 마음 같을 수는 없고, 누군가는 이탈할 것이며, 갈등도 생길 것이다. ‘공동체는 선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전통적인 가족 공동체는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을 묵과하기도 한다. 그래서 스스로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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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에서 50대까지 여성들이 ‘비혼’과 ‘여성’, ‘공동체’, ‘주거’라는 4가지 키워드로 매주 모였다. 녹색친구들 제공



‘나는 정말 공동체 주거를 원하는가.’ 연령도, 경험치도 갖가지인 다양한 스펙트럼의 여성들.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집에 대한 가치관은 다르다. 


“솔직히 자산으로 부동산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도 있잖아요. 로또가 되면 고민은 끝나요(웃음). 결국은 한계가 있는 재정 상태가 이슈인 거예요.”(꾸베) “미션 스테이트먼트(목적)가 튼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책에서 자주 등장해요. 그래야 같이 사는 이들과 작은 갈등도 없앨 수 있다고요. 저희도 4개의 키워드로 모였잖아요. 비혼을 적극적으로 선택한 사람도 있지만, 지향하는 사람도, 저같이 아직 고민 중인 사람도 있어요. 각자 가진 자산을 완전히 공개할 정도의 유대감이 없었던 것도 한계였죠. 대한민국에서 주거는 ‘집’이 아니라 ‘자본 증식의 수단’이잖아요. 여기서 생각이 많이 나뉘었던 거 같아요.”


나옹은 각자 어떤 상황에 살고 있고 무엇이 여성들을 힘들게 하는지를 직시하려고 이 모임을 만들었다고 했다. “공부하기 전에는 집을 마련하는 데 하드웨어 문제가 더 컸어요. 예산, 부지, 정책자금 같은 것이에요. ‘더 싸게 더 오래 살 수 있는 법이 있을까’라고 고민했다면, 지금은 진짜 같이 살면 겪게 될 모습을 상상해보는 시간이 많았죠.”(오로시) “저에게 주거 공동체는 부지를 사서 각자의 집을 소유하고 공유하는 공간도 있는 형태예요. 그 공간은 대여해서 임대료를 받자는 이야기까지 해봤죠.”(닐라)


국가의 주거 지원은 인구를 늘리는 방향을 향한다. 결혼을 하지도, 아이를 낳지도 않은 비혼 여성들은 정책의 바깥에 있다. “곧 결혼할 청년들은 14㎡ 정도의 작은 방을 지원해줘요. 신혼부부에게도 주거비 지원을 하죠. 아이를 낳으면 추가 혜택을 주고요. 정책이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꾸베) “신혼부부와 청년이 주요 정책의 투톱이잖아요. 행복주택에 입주한 뒤 결혼하면, 아이를 낳으면 거주 기간을 계속 연장할 수 있어요.”(오로시) 신축 아파트를 분양할 때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는 일반분양과 경쟁하지 않고 ‘특별공급’ 물량에 청약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특별공급은 혼인 중이거나 자녀가 있는 사람에게만 청약 자격을 준다. 

 

저금리로 주택자금 대출을 지원하는 ‘내집마련디딤돌대출’ 역시 만 30세 이상 미혼 단독가구주에 대해서는 별도 조건이 붙어 있다. 주거전용면적(60㎡ 이하)과 대출 대상 주택의 평가액(3억원 이하), 대출 한도(호당 1억5000만원) 모두 제한이 걸려 있다. 결혼한 사람 혹은 아이를 낳은 사람들은 적용받지 않는 조건이다. 

 

오로시는 비혼은 가난함과 어려움을 스스로 증명해야만 안정적인 주거를 얻을 수 있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저는 임대주택에 청약을 넣거나 사회주택에 입주자 신청을 하면서 그런 것을 많이 느꼈어요. 청년이 아니거나, 결혼하지 않는 사람은 지금도 사회 구성원 중에 다수 존재해요. 앞으로는 더 많아지겠죠. 정부도 통계로 알고 있어요. 관점의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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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번의 공부 모임에서 6권의 책을 같이 읽었고, 만날 때마다 비슷한 각자의 일상을 쏟아냈다. 녹색친구들 제공


‘100만 서명’을 받아보자는 얘기는 그래서 나왔다. ‘비혼’을 완성이 아닌 임시적인 상태라고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서명은 ‘가시화’하는 방법론이기도 해요. (비혼 여성들이) 있지만 없는 존재로 여기니까요. 혼자 사는 노인 여성의 빈곤율은 우리 사회의 층위 중에서 가장 높지만 1인 가구 중에서도 ‘중년 남성이 굶어 죽거나 고독사한다’는 보도가 더 많이 나와요. 가시화하려면 정치력과 힘이 필요하죠.”(새말) “주거 안정은 모두에게 필요해요. 현재의 삶이 ‘임시적’이라고 평가받든 아니든 상관없이 안전망은 제공돼야 해요.”(닐라) 

 

1인 가구는 숫자가 늘어나면서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 10년 전 ‘민달팽이유니온’이 청년과 청년의 주거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사회적 공감을 얻으며 이를 정치권에서 법안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청년은 탈출구가 생긴 것처럼 보이죠. 적어도 겉으로는요. 정책적으로 가시화하는 과정 안에서 1인 가구가 섹터화되고, 비혼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없애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오로시)


‘비혼’의 ‘여성’들이 ‘주거’를 위한 ‘공동체’를 찾는 것에 대해 새말은 안전망 욕구를 들었다. “여성 1인 가구들이 연대하려는 건 ‘나이 들어가는 것이 두렵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 같은 바람은 배우자와 자녀가 있어도 마찬가지 아닐까. 꾸베는 “결혼을 하고, 하지 않는 것에 따라 노후의 안정성이 달라지는 시스템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미혼과 기혼, 비혼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되는 개념의 변화도 필요한 것 같아요. 부동산을 자본의 증식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잖아요. (부동산 이슈) 바깥에 있는 사람들도 가시화되지 않아요. 마치 모두가 집값과 부동산 재테크만 생각하는 것처럼 돼 있죠. 그 밖에 생각, 목소리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오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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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슨한 연대, 약함의 유대’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를 읽고 난 뒤

                                 각자 스스로를 다독이는 말을 적어서 붙였다. 녹색친구들 제공


이들이 함께 읽은 책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는 ‘느슨한 연대, 약함의 유대’를 이야기한다. 시작은 공부 모임이었지만 매주 일상을 공유하게 되면서 이들도 관계성을 느껴왔던 차다. 그래서 오로시는 “모임을 하기 전과 후가 감정적으로 많이 다르다”고 했다. “같이 살지 않아도, 비혼이든 아니든 느슨한 유대가 있는 모임을 다른 여성들에게도 권해주고 싶어요. 끈을 만드는 건 좋은 거 같아요.” 

막내 새말은 언니들을 보며 나이 들어가는 여성의 상(象)을 그렸다. “10년, 20년, 30년 후 ‘내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주거 문제도 이제 만질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진 느낌이고요. 앞으로 한 8년 정도는 아주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요. 지금 언니들이 이렇게 같이 고민하고 있으니 그때 저는 거기에 ‘잘 얹혀갈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웃음).”



*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3122145005&code=9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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